Post

2025년 상반기 회고



2025년 상반기 회고

📰 뜸했던 이유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는 성격에 새로운 것과 배워야 할 것에서 손을 떼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블로그를 먼지 쌓인 채로 두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그걸 따라가기에도 벅찼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검색이 모두 ChatGPT와 Gemini, Claude와 같은 LLM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보면서 열정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더라도 어차피 모든 메모와 정리는 옵시디언에서 하니까요.

실제로 애초에 크게 발생하지 않던 광고 수익은 일간 $0.01에 수렴할 정도로 바닥을 찍었습니다. 😭

그러다보니 글을 쓰더라도, 공부를 하더라도 혼자만 갖고 있게 되는 것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더는 무언가를 새로 알고 싶을 때 검색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낮아진 것 같아서요. 조금만 복잡하게 꼬여 있다면 저부터도 Gemini를 켜서 물어보니까요. 이런 변화에 적응하며 잔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너무 많은 변화

더불어서 변화가 많은 상반기였습니다.

우선 결혼을 했습니다. 어느덧 6개월이 넘었는데, 행복한 변화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 응원과 축하를 받았고,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신혼여행으론 미국을 다녀왔는데, 미국은 처음이라 시차 적응에 꽤 고생을 했습니다. 태어나서 생각도 못해본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고, 지금도 종종 와이프와 또 가고 싶다는 투정을 부리곤 합니다.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았고, 정말 신기한 경험이어서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회사에서도 꽤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우선 몇 년간 팀을 맡아주시던 팀장님께서 인사 차원의 사유로 내려오시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너무 정반대 성향의 팀장님이라 꽤 고생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을 좀 가리는 편인데 여전히 어렵네요. 이와 관련해서는 시간이 되면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아무튼 이 변화에 흘러가듯이 지내려고 하지만 리더십 변화와 동시에 상위 조직이 다른 조직으로부터 이미지가 너무 나빠져서 꽤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직 자체로도 사일로를 형성하는데, 굳이 다른 조직도 나쁜 이미지를 가진 저희 조직과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 많이 하면서 서서히 고립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 다른 조직으로부터 이른바 ‘이적 제의’를 많이 받고 있는데 우선은 웃어 넘기고 있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꽤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가 지나야 이 상황도 어떻게든 바뀔 것 같아서 버티고는 있지만, 이래저래 밖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아쉽습니다.

그리고 핵심인재로 선발이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께부터 공을 들이고 있었는데, 올해 2월에 최종 선발이 되면서 호칭도 총괄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사원 → 선임 → 책임 진급이 끝이고, 핵심인재로 선발되어야 승진처럼 호칭이 변경됩니다.) 사실 핵심인재가 되면 조직 내에서 기술적인 리더십을 가지면서 똑같이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생각과는 다르더라고요.

  1. 불려다니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조직 차원에서 제 기술 역량과 관련이 있는 논의가 있으면 뭘 하고 있든지 여기저기 불려지는 느낌입니다. 그냥 일만 할 때는 몰랐는데, 물밑에서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재밌긴 합니다. 하지만 바빠지는건 그닥 반갑지 않네요.
  2. 알고 싶지 않고, 끼고 싶지 않은 상황에 부딪힙니다. 특히 사내 정치적인 부분을 많이 보게 됩니다. 임원간 사이가 좋지 않아 이 일은 이렇게 진행이 될 수 밖에 없다던지. ‘누구는 누구 라인인데’ 라던지. 전 출퇴근도 버거운데요.
  3. 누군가가 신경써주시는 존재가 됐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새로운 팀장님이 오시면서 제 업무 성향이나 실제 성격과 너무 다른 업무 방식, 평가 방식 때문에 핵심인재로 선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그닥 좋지 않았습니다. 저도 워낙 외골수 기질이 있어서 면담 때 “우선시 평가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십분 이해하지만 지금의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에 대한 역량은 다른 분들이 더 뛰어나고, 저는 제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으니 앞으로도 이런 평가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이겠다.” 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신이 나간건가 싶긴 하지만요. 그러고 며칠이 지났는데, 제 조직이 속한 센터의 센터장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면담을 하자고 하시더군요. 무슨 일이신가 싶어 찾아뵈었더니 제 평가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거진 7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는데 골자는 “제가 갖고 있는 역량과 팀 내 평가 기준의 괴리가 너무 큰데, 다른 조직으로 옮겨볼 생각 없냐” 였습니다. 많이 당황했습니다. 핵심인재가 낮은 평가를 받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렇게까지 큰 불이 될 일인가 싶었으니까요. 당장은 고사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제가 하고 싶은걸 버티면서 하겠다고 했는데, 또 다음 회고에서 이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

위에서 말한 모든 일들이 2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일이라는게 지금 생각해도 웃깁니다. 한 해를 돌아본 것도 아니고 고작 반 년을 돌아봤는데 회사를 다녔던 모든 기간을 통틀어 큰 변화만 몇 개인지 참.

📖 요즘은

점점 직무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데이터 사이언스는 정말 통계적인 분석에 가까워지는 것 같고, 머신러닝을 하던 사람들은 모두 LLM으로 갈아타고 있으니까요. 5년 전 Eugene Yan의 포스트를 보고 많은 공감을 했지만, 이젠 이게 제 상황이 되어서 돌아보니 더 빨랐어야 했나란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스스로를 Python 백엔드 개발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LLM을 곁들인. 생각해보면 Scikit-learn이든 Pandas든 임포트를 안해본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이젠 FastAPI, SQLAlchemy, Pydantic를 먼저 임포트하는게 일상이니까요. 일 자체도 RAG나 Text-to-SQL 개발 업무가 가장 많습니다. 다행히 재밌게 느끼고 있어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공부했던 것들이 잘 버무러질 수 있는 것들이라 뿌듯하기도 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뜸했던 이유에서 밝혔듯이 여전히 옵시디언을 키고 생각과 지식을 정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뭔가 생각의 변화가 생기면,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새로운 포스트로 찾아뵙겠습니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