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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강의 회고





들어가며

2월 말 파일럿 강의를 시작으로 사내에서 총 네 번에 걸친 머신러닝 엔지니어링 입문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강의에서 다루는 내용을 블로그에 다 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요약하자면 최소 MLE가 가져야 하는 역량에 대해서 주목하고 알아보는 하루 여덟 시간짜리 강의 정도가 되겠네요.

사실 이 강의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MLOps 강의를 위한 준비 운동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IT 서비스 기업 특성상 일반적인 테크 기업보단 트렌드를 늦게 깨닫고 항상 뒤쫓는 입장이 되는데, 최근 경제 상황이 말이 아닌지라 최대한 빨리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거죠. 하지만 조직은 MLOps는 커녕 아직 머신러닝을 활용한 전통적인 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주된 먹거리였고 탈바꿈을 위해선 꽤나 급격한 변화가 필요했겠죠. 그래서 과거부터 쭉 관심을 가지던 제게 강사로서의 기회가 와버렸습니다.

Photo by Daria Nepriakhina on Unsplash

강의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한 점

진행한 강의의 생겨난 이유가 앞에서 말씀드렸듯 MLOps를 위한 준비 운동인 만큼 처음엔 대부분의 내용에 MLOps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 준비 운동도 몸을 만들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저는 아직 저희 조직이 준비 운동을 할 만큼의 몸도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소 독단적으로 강의 내용을 크게 바꾸었습니다. 머신러닝 프로젝트를 할 때 필요한 Git과 협업을 위한 코드 작성법을 주 내용으로 채택했습니다.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도 많으신 줄 압니다. ‘아니, Git을? 이미 다 쓰던 거 아니었어?’라면서 말이죠.

요즘은 Software Engineer, Machine Learning 라는 직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과거로 조금만 돌아가면 단순히 Data Scientist 를 뽑았고, 심지어는 비전공자의 채용도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회사에서 그러했듯 머신러닝 프로젝트가 실제 프로덕션까지 가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Git에 익숙지 않고, Git에 대한 필요성은 아주 낮을 수밖에요. 제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모두 Git을 사용했는데, 그랬다는 사실을 동료분들이 들으면 신기해하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Git에 대해서도 이 정도인데, 코드 작성을 어떻게 해왔을지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일념하에서 강의 콘텐츠를 위와 같이 잡고 마지막에 ML 파이프라인과 MLOps에 대한 간단한 내용 정도로 마무리하도록 했습니다.

Photo by Towfiqu Barbhuiya on Unsplash

강의에 대한 반응

강의 콘텐츠를 뒤집어엎은 걸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강의 피드백이 좋았거든요. 강의를 잘해서 좋은 피드백이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피드백이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타 직무로부터의 관심

아무래도 머신러닝 엔지니어링이란 단어도 어떤 의미에선 버즈워드(buzz word)처럼 느껴져서인지 다른 직무에서도 많이 들으러 오셨습니다. 30%는 타 직무였던 것 같네요. 당연히 본업이 아니신 만큼 강의 내용이 어색하셨겠지만 오히려 그분들로부터 새로운 관점을 많이 배우게 되어서 저는 좋았습니다. 간혹 시간을 보내려고 강의를 수강한다고 의심하게 되는 분들이 계셨는데, 뭐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다른 직무 분들이 제 강의를 들어주신 것에 대해 실보다는 득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알면서 하지 못했던 것들

회사에서 총 100여 명이 강의를 들으셨는데, 절반 이상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는 강의였다.’ 고 반응했습니다. 사실 다른 분들이 요즘 트렌드에 큰 관심이 없나 궁금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Medium이나 기타 기술 블로그를 통해 트렌드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고, 조금 시간을 내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간과한 것이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자료는 각각은 높은 질을 갖고 있지만 합쳤을 때 체계가 없다는 것이었죠. 많은 분은 그 체계가 잡힌 자료가 필요했고, 다행히 이번 강의가 그런 부분을 만족시킨 것 같았습니다. 알면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서 다음 스텝을 위한 도움닫기가 되신 듯 했습니다.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사실 이 강의를 이렇게 기획한 가장 큰 이유는 소제목과 같습니다. 일종의 사상 주입 같은 느낌의 강의로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그래도 많은 분께 ‘그래도 이렇게 해야 하겠지?’하는 고민을 심어드린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 말미에 현업에 어떻게 적용할 건지 짧게 작성하여 제출하는 세션을 구성했었는데, 사실 제가 수강생이었다면 귀찮아서 대충 휘갈겼을 것 같습니다. 못된 저와 다르게 대부분의 수강생분께서 성실히 작성해 주셨고, 실제 몇몇 분들은 바로 업무에 적용하려는 노력도 하시는 듯했습니다. 그런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또 좋은 결과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가며

정말 즐겁고 뿌듯했던 기억이었지만 그 덕분에 몸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교생 실습도 나가봤고, 적잖이 강의도 해봤던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여덟 시간을 꼬박 서있는다는건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강의 중에 농담으로 가장 힘든건 목이 아니라 다리라고까지 얘기했으니까요. 앉아서 강의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그래도 요즘 몸이 안좋았는데 회복 속도가 아주 바닥을 찍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체력을 조금 보충하는 시기인데, 더 늦기 전에 강의를 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정리하고자 회고 글을 남겼습니다. 다음 달에 사내에서 다른 강의를 진행하게 될텐데 그 때는 또 다른 생각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것보단 몸이 덜 힘들었으면 좋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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