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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시디언 사용기





노션에서 옵시디언으로

전 수학과를 나온 사람치고는 글쓰기를 참 좋아합니다. 무엇을 읽고 짧게 요약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노트에 끄적이면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걸 즐깁니다. 그러다 보니 노트 앱에 항상 큰 관심이 있었고, 예쁜 UI에 사족을 못 쓰는 저에게 노션은 딱 맞는 해결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도 어느 순간 노션을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우선 노션에 있는 많은 기능이 제게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는 분이나 사진, 동영상 같은 미디어를 스크랩하는 분은 노션의 많은 기능들을 잘 활용하시겠지만, 제겐 필요 없었거든요. 블로그에 올릴 글을 적거나 수식을 많이 쓰는 저에겐 오히려 불편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이 너무 느리다고 느꼈습니다. 워낙에 기능도 많은데다 렌더링할 요소가 많아서인지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커스터마이징에 미쳐 있는 저에게 테마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고요.

결국 노션을 그만 쓰면서 Typora에 블로그 글을 적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메모를 멀리하다가 제텔카스텐,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라는 책을 접했습니다. 글쓰기 전반에 대한 좋은 내용들과 메모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 재밌게 읽었고, 책에서 말하는 메모법을 적용해보고자 하는 욕심에, 마음에 두고 있던 노트 앱인 옵시디언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첫 인상

Obsidian Obsidian

순수 마크다운에 기반을 둔 노트 앱이어서 그런지 가볍고 빨랐습니다. 많은 리뷰에서 마크다운을 써본 적 없다면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지만 애초에 모든 문서를 마크다운으로 작성하는 저에겐 오히려 매우 편했습니다. UI도 제법 깔끔한데다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금방 익힐 수 있어서 ‘이거다!’ 라고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하나의 노트가 하나의 마크다운 파일에 대응한다는 점과 기존 폴더 구조를 옵시디언에서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제게 큰 장점이었습니다. 애초에 블로그 글을 작성하면서 구성한 구조를 그대로 붙여넣기만 하면 바로 옵시디언의 노트로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커뮤니티 플러그인이 매우 많고 강력해서 커스터마이징이 중요한 제게 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데, 커뮤니티 플러그인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옵시디언의 기능 중 절반을 버리는 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옵시디언의 사용성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 다음의 플러그인을 추천합니다!
    • Templater : 노트 템플릿에 대한 수많은 기능을 제공합니다.
    • Zootelkeeper Plugin : Map of Contents (MOC)를 쉽게 만들어줍니다.
    • Tasks : To-do List를 작성할 때 편리합니다.

노션하고는 또 다른 어려움

제텔카스텐?

그렇게 기존 블로그 글을 옵시디언으로 모두 옮기고, 원하는 커뮤니티 플러그인과 테마를 설치하고나니 순간 막막해졌습니다. 위에서 읽었다던 제텔카스텐 책 때문에 옵시디언을 사용했는데, 정작 제텔카스텐에서 말하는 메모법을 적용하자니 쉽지 않았거든요. 제텔카스텐 책에서는 니클라스 루만의 메모 상자 기법을 설명하면서 임시 메모, 문헌 메모, 영구 메모의 3단계를 제시하는데, 실제 제가 하는 일과 공부에는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든 적용해보려고 몸을 비틀어보았지만 결국 제 스타일대로 쓰는게 맞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루만의 메모 상자 기법이 잘못됐다는게 아니라 단순히 제 스타일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루만의 방법은 연구자들에게는 탁월할 수 있지만 전 연구자도 아니고 연구와 비슷한 일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폴더 구성하기 (PARA)

메모를 구성하는 방법이야 어찌됐든 작성하기만 하면 뭐라도 될텐데, 더 큰 문제는 폴더를 구성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일주일동안 폴더 구조를 뒤집어 엎고, 심지어 주말에는 노트를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면서 하루를 꼬박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제 생산성을 최대화시켜줄 폴더 구성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했는데, 다행히 일주일 안으로는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PARA라는 방법입니다.

우선 PARA는 Project, Area, Resource, Archive의 약자입니다. 우리가 공부한 내용이나 메모한 내용을 분류할 때 보통 주제에 따라서 나눕니다. 개발에 관한 글은 개발 폴더에, 수학에 관한 내용은 수학 폴더에 넣듯이 말이죠. 하지만 PARA에서는 주제별로 분류하는 것이 아닌 필요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 Project
    • 목표와 데드라인이 명확한 메모와 글을 포함합니다.
    • 저는 현재 공부하고 있는 주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작성하고 있는 글을 여기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 Area
    • Area of responsibility를 의미합니다. 목표와 데드라인은 없지만 꾸준히 신경쓰는 내용들을 관리합니다.
      • 저는 독서 노트, 리트코드 문제 풀이, 커리어에 관한 글을 여기에 넣어놓았습니다.
      • 이미 작성하여 업로드한 블로그 글도 여기에 저장해놓았습니다.
  • Resource
    • 이름처럼 자료와 관심 갖고 있는 내용들을 모아놓는데, 이 폴더 만큼은 주제 별로 모아둡니다.
  • Archive
    • 더 이상 필요 없는 메모와 글을 모아놓습니다.
      • 완료한 프로젝트,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Area 내 메모들, 필요 없는 Resource를 여기에서 관리합니다.

크게 네 개로 나누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필요에 따라 노트를 각 폴더로 옮길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면 종료한 프로젝트는 Project에서 Archive로 옮길 수 있습니다. Archive에 있는 관심 밖의 메모도 필요하다면 갑자기 다른 폴더로 옮길 수 있습니다. 관심 갖는 내용에 관한 메모가 현재 프로젝트에 필요하다면 Resource에서 Project로도 옮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PARA는 메모 관리를 유연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트를 관리하는데 드는 부담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메모를 찾기 쉽고, 메모를 작성할 때 어떻게 필요에 따라 분류할지 생각하기도 쉽습니다.

나가며

지금 제 옵시디언 첫 화면은 이렇습니다. 몇 주 째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포스팅은 어떻게 보면최근 연초라 여유 시간이 많았음에도 블로그 포스팅이 뜸했던 일에 대한 긴 변명인 듯 합니다. 제 블로그의 90%를 차지하는 내용이 일에 관련한 하드 스킬인데, 작년 말부터 하드 스킬 못지 않게 소프트 스킬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글쓰기 능력과 업무 생산성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업무 생산성도 다른 것보다 노트 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잘 읽지도 않던 책을 읽고, 그 책에서 배운 내용을 바로 활용해보려고 노력을 하게 됐습니다.

올해 포스팅은 하드 스킬의 비중을 조금 낮추고 소프트 스킬에 대한 내용을 더 다루어볼까 합니다. 물론 처음에 적어도 2주에 한 번 글을 올리겠다는 약속도 지금은 바빠서 못지키지만 말이죠. 하지만 예전에 비해 조금 더 짧은 토막글이라도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면 바로 올려보고자 합니다. 블로그를 가볍게라도 풍성하게 만든다고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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