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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공백에 대하여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게 거의 한 달 만이네요. 지금까지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무언갈 공부하고 있었고, 그 내용들을 나중에라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이번 공백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남기는게 무엇보다도 제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짧게라도 써보려고 합니다.

최근 한 달은 저에게 매우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서 뭘 하기 어려운 정도였는데요. 무엇보다 작년 말 어머니가 6년간 투병하시던 루게릭병으로 돌아가시고 조금은 쉬었어야 했는데, 저를 돌보지 않고 계속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스스로를 밀어붙인 게 큰 화근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석 달 정도가 지났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뭘 먹으면 계속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고 소화가 잘 안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병원을 가보니 스트레스로 인한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어머니가 투병하실 때 초기 증상과 비슷했기에 건강염려에 의한 우울증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부터 쉬었어야 했는데 너무 상황을 경시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우울한 증상이 심해졌고, 여기에 더불어서 손발이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마음이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매우 낮은 확률로 유전적 요소가 있는 병이라지만 그게 제게 일어나고 있는 건가 싶었죠. 그래도 분명 아닌데 두려움은 커졌고 우울증과 더불어 불안장애도 조금씩 생기는 듯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생기기 시작할 때 상담을 받는 것만큼 좋은 약은 없더군요. 정신과는 아니더라도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하고 증상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건강을 염려했고, 작은 증상에도 심각하게 생각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크게 도움받은 부분은 제가 아직 돌아가신 어머니를 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을 강하게 갖고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지속적인 상담 덕분에 소중한 가족을 잃었을 때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을 배웠고, 우울증과 불안장애 증상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 모두가 비슷한 시기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걸 알았고, 이번 일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역류성 식도염도 거의 다 나았습니다. 다만 손발이 무거운 건 피로 누적인 데다 목디스크와 척추 측만증에 의한 신경 눌림이 문제여서 치료받을 예정입니다. 그래도 이번에 장만한 허먼밀러 의자와 스트레칭으로 어느 정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상담을 받으며 제가 그렇게 아팠던 건 당연했을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상담사분께서 소중한 가족을 잃는 일은 교통사고랑 비슷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장은 조금 힘들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 당시에 받은 큰 충격으로 몸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교통사고를 당하면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병원을 찾는데, 전 오히려 저를 몰아붙이고 있었으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우울한 생각을 떨쳐내려고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일을 집중해서 할 수도 없었고, 조금이라도 오래 앉아 있으면 팔도 저렸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이렇게 앉은 자리에서 하나의 글을 완성할 수 있을 만큼 집중도 할 수 있고 체력도 많이 돌아왔습니다. 100%로 돌아오기까진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예전처럼 돌아가 보려고 합니다. 이 글 이후에 또 언제 포스팅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회복해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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