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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회고





2021년은 어떤 한 해였을까요?

들어가며

어느덧 2021년의 끝이 보이네요. 올 한 해는 회사에 몸을 담았던 3년 6개월의 시간 중에서 가장 많은 굴곡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무척이나 뻔한 클리셰같지만 그 굴곡만큼이나 깨달은 것이 많았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2021년을 한 번 짧게짧게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상반기

번아웃

Burnout Syndrome
Image from SHRM

2월에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간에 PL 역할로 급하게 투입되었는데, 갑작스럽게 별도의 인수인계 없이 업무를 파악하고 사업팀과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게다가 데이터에 대한 정의가 올바르게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고, 불필요한 야근만 늘었습니다. 문제 해결이 잘 되지 않으니 문서 내의 문장들은 길어지기만 하고, 문서 자체가 길어지니 작성 시간은 길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죠. 결국 프로젝트는 잘 끝난 듯 했지만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번아웃이 왔습니다.

사실 번아웃 증후군은 말로만 들어봤지,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기 싫고, 일을 마주하면 ‘이걸 왜 해야하지?’란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번아웃이 온 가장 큰 이유는 ‘이런 프로젝트를 하려고 내가 지금까지 공부하고 일해왔던건가?’라는 좌절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번아웃을 극복하는데에만 거진 한 달이 걸렸네요. 이 때 Velog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하고 싶었던 것을 정리하고, 생각들을 정리하고 나니 그나마 번아웃이 호전되더라구요. 지금은 여전히 일과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사내 추천 시스템 고도화

사내에 학습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여기에 콘텐츠 큐레이션을 위해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작년부터 꾸준히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Adobe Analytics 기반 행동 데이터를 반영하고 사용자와 학습 콘텐츠의 메타 정보를 이용해 Cold start 문제를 해결하는 GBDT 기반 Ranking 모델을 개발해 배포하였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추천 모델도 MF 계열이라 과도하게 sparse한 경우에도 나쁘지 않은 성능을 냈지만 신규 모델이 정성적으로 더 나은 추천을 제공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더불어서 Item coverage도 2~3배 가량 높아지면서 더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게 되었죠. 올해 만들어서 서비스한 모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네요.

이력서 정리

번아웃이 오면서 이직 준비를 해볼까 싶기도 했고, 지금까지 했던 내용들을 정리하자는 생각에서 이력서 정리를 한 번 했습니다. 사실 여태껏 이직 준비를 제대로 하질 않아 노션에 작성 중인 이력서는 적당적당하게 채워져가고 있었는데요. 이직과 상관 없이 이력서는 그 때 그 때 정리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성 시점으로부터 먼 내용들은 기억이 잘 나지도 않고, 기억이 어느정도 나더라도 쉽게 내용이 채워지진 않더라구요.

하반기

리더십/조직에 대한 고찰

Leadership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하반기에는 개발했던 추천 시스템을 GCP로 이관하고, 사내 HR Analytics 과제를 PoC로 진행했었습니다. 이 시기엔 기술적인 것보다 리더십이나 조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프로젝트가 잘 끝나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업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 구성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몇몇 후배 분들께서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본인의 역량을 보여주시며, 저와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며 다시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해주실 때마다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꼈죠. 누군가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니까요.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조직이 되고, 계속 머물며 일하고 싶어지는 조직이 되는지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단순하게 “실리콘밸리 리더십”과 같은 책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더 재밌는 회사로 옮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조직 자체를 성장시켜보고 싶은 욕심이 커서 내년에는 그런 부분으로 여러 활동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U+ 아이들나라 추천 시스템 개발/운영

이번 달부터 U+ 아이들나라 추천 시스템 개발/운영 프로젝트를 리딩하게 되었습니다. 제법 사용자도 많고 트래픽도 많은 서비스라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회고할 내용이 없어서 하나의 꼭지로만 남겨놓겠습니다.

테크 컨퍼런스 참석

올해도 여전히 Deview나 if(kakao) 등 여러 테크 컨퍼런스에 참석하였습니다. 다른 곳에선 어떻게 일하고,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if(kakao)는 작년과 비교하여 ML에 대한 내용이 훨씬 많았고, 그 퀄리티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Deview도 재밌는 내용은 많았지만 올해는 if(kakao)에서 다뤄진 내용들이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딥러닝보다는 ML 모델들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일을 더 많이 하다보니 그렇게 느낀 것 같습니다.

정리

저는 올 한 해를 기술 측면과 리더십 측면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던 해로 기억할 듯 싶습니다. 회사에서 3~4년을 있다보니 ML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프로젝트에 주어진 ML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또 프로젝트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등 많은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았는데 자주 나오는 말이 있더라구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렇게까지 큰 힘을 갖게 된건 아니지만 많은 것을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배웠습니다. 하나의 의사 결정이 작은 파문을 만들더라도, 그 파문이 나중엔 커질 수 있으니까요.

2021년도 이렇게 마무리되고, 2022년은 또 어떤 재밌는 일들이 생길지 기대됩니다. 내년엔 더 훌륭한 ML Engineer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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